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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급원료 선별…비싸도 주방장이 먼저 찾죠"

지면 A32
장·소스 제조 40년 한우물 김우택 움트리 회장

국내 고추냉이 판매 1위
일식당 가면 만나는 그맛

겉치레 마케팅 비용 줄이고
원료 재배 과정까지 확인
"좋은 재료 써야 좋은 맛"
사진설명
"가격은 제일 비싸지만 주방장들이 먼저 찾아요. 써보면 금방 알거든요."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국내 고추냉이 1위 업체 움트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우택 회장(71)은 A급 원료가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다. 가격은 비싸지만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고추냉이도 마찬가지다. 해외 각지를 돌며 원료를 직접 선별해 들여온다. 재배 과정부터 어떻게 수확해 보관하는지까지 직접 눈으로 본 뒤 계약을 맺는다. 40여 년을 장·소스 제조의 한 우물을 파고 있지만 처음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이 같은 노력을 가장 먼저 알아봐주는 사람은 주방장들이다. 생고추냉이만 해도 그렇다. 한 번 써보면 바로 아는 고급 식당 주방장들은 비싸도 움트리 제품만 고집한다. 덕분에 움트리는 대기업들 틈바구니에서 고추냉이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다. 움트리는 장, 소스, 프리믹스 등 70여 개 제품을 만드는 식품전문회사다.

김 회장이 이 같은 사업철학을 갖게 된 데는 4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망해가던 조미 제조 식품업체를 인수해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가격이 비싸 좋은 원료를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는 마케팅 비용 등 제반 비용을 줄이고 좋은 원료만 쓰기로 결심했다. 가격이 비싸 쉽게 빛을 보지 못하던 것이 10여 년 전부터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소비자가 가격보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들어진 식품에 눈을 돌리면서다.

"해외 바이어들이 왜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원료를 선별하러 다니냐고 묻지만 저는 좋은 원료를 써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후추도 1등급만 고집한다. 말레이시아에서 품질 심사를 통과한 1등급 후추를 현지에서 살균·포장해 들여온다. 마대에 담지 않고 현지에서 살균·포장하는 까닭에 1t당 800달러를 추가 지불하지만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좋은 원료만 들여온다.

고추장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고추장을 정상적으로 만들려면 30일은 숙성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발효시키지 못하는 곳은 그걸 만회하기 위해 엿을 고추장의 30% 가까이 넣기도 하는데 움트리는 그런 제품에서 벗어나 '작지만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100년이든 200년이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세계적인 기업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1등 품질'을 자부하는 만큼 공장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HACCP·식품 안전 관리인증 기준) 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 지난해부터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품질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 감자전분, 부침가루 등 프리믹스 제품은 직원이 직접 계량하지 않고도 컴퓨터에 입력된 배합 비율을 통해 생산하는 게 대표적이다.

힘든 과정이 많았지만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은 없었다는 김 회장은 수해 세 번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7년 전 5시간 만에 비가 700㎜나 쏟아지면서 포천공장이 물에 잠겨 50억원을 손해 봤지만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내 기준이 아닌 소비자 기준에 맞춰 진실되게 제품을 만들어 지난 40년 동안 겨우 이 자리에 왔다"며 "움이 터서 나무가 된다는 '움트리'의 뜻처럼 움이 터서 지상에서 큰 거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움트리는 고추냉이는 물론 초장류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움트리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만 장·소스류 등은 모두 합쳐 총 1만t에 육박한다. 매출액은 320억원에 달했다. 김 회장은 올해 매출 목표치인 400억원도 거뜬히 달성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움트리는 기본에 충실한 제품뿐 아니라 틈새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에도 열심이다. 고추냉이는 회에만 곁들여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육류에 먹는 '육류n생와사비랑'을 지난해 선보여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 인기가 좋다. 고추장에는 고춧가루만 넣는다는 업계 불문율을 깨고 업계 최초로 고추를 갈아넣은 '홍고추를 갈아담은 오대미햅쌀고추장'을 출시하기도 했다. 소고기볶음 고추장이 대중화된 시장에서 발상을 전환해 '제육볶음고추장'을 내놓기도 했다.

직원 120명을 이끄는 김 회장은 "국내 장·소스류 대표 업체라는 점을 발판 삼아 48개국에 달하는 수출 국가를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더욱 늘릴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포천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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