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오래될수록 스태미나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좋은 펀드는 오래될수록 좋다. 펀드라는 상품을 검증하는 주요 수단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식형 펀드 시장은 3년 이상 운용경력(트랙레코드)이 있는 펀드가 많지 않다. 그래서 2007년 한 해는 3년 이상 레코드를 쌓기 위한 펀드들의 춘추전국 시대가 펼쳐졌다. 그동안 수익률이 좋지 않았거나 운용이 시작된 지 1년여 된 펀드매니저들은 시장을 이기기 위해 온갖 애를 썼던 것이 사실이다. 펀드매니저 처지에서는 상승장에서 시장을 이기는 것이 하락장에서 이기는 것보다 쉽기 때문에 2007년 증시 활황은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였다.
살아남은 자산운용사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승자 이름 중에는 KTB자산운용이 당당하게 등장했다. 'KTB글로벌스타 주식형' 등 다른 펀드들도 있었지만 사실상 'KTB마켓스타 주식형'이라는 펀드 하나만으로 거머쥔 승리였다.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여러 가지 신개념 주식형 펀드 및 해외펀드로 승부를 봤을 때 한 가지 펀드에 집중해서 얻은 성과였다.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들이 본사 사옥에서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맨 왼쪽이 최민재 본부장, 오른쪽 둘째가 김주형 본부장. <사진제공=KTB자산운용>
KTB마켓스타 주식형 펀드는 3년 수익률 199.85%로 국내 주식형펀드 중 최상위권 성과를 기록했다. 통상 펀드가 성공하려면 3년간 시장을 이긴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KTB마켓스타는 시장을 웃돌았을 뿐 아니라 대다수 펀드매니저도 제쳐버린 것이다. 2005년 3월 3일 설정된 이 펀드는 순자산 규모 1조9000억원을 넘어 규모로도 초대형 펀드 중 하나다. 구간별로도 KTB마켓스타 성과는 꾸준했다. 2005년 한 해 동안 66.69% 수익률을 올리며 벤치마크(43.38%)를 웃도는 성과를 냈으며,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던 2006년에도 6.5%(벤치마크는 1.06%) 수익을 올렸다. 2007년에도 49.23%로 41.95%를 기록해 시장을 또 한번 이겼다. 월별로 끊어봐도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KTB마켓스타주식형 펀드는 2005년 3월 설정 이후 2007년 12월까지 벤치마크에 뒤진 것은 전체 34개월 중 7개월밖에 없다.
이처럼 KTB자산운용이 운용을 잘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철저한 '팀 운용' 방식이 있었다. 매니저 한 사람이 운용한다면 편견을 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배제하는 움직임이다. 철저한 토론 아래 종목 선택이 이뤄지기 때문에 강ㆍ약점에 대한 분석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개인의 자의적 판단을 없애고 운용방식을 일관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바이코리아 시절부터 국내 주식형 펀드를 꾸준히 운용해 온 장인환 사장이 이끌고 있다는 점도 큰 역할을 한다. 자산운용사 체계를 만들고 매니저들이 수익성과를 올리기 가장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점에서 그는 업계 최고 CEO 중 하나다.
그렇다고 KTB자산운용이 주식형 펀드에만 강점을 갖는 회사라고 볼 수는 없다. 운용사의 현재 운용자산규모는 모두 7조2186억원(2007년 12월 말 기준). 이 가운데 주식형 펀드가 3조1266억원으로 전체 중 43%가량이다. 나머지는 채권형(1조3945억원) 혼합형(1조3816억원) 부동산(3847억원) 파생상품(3777억원) 등이다. 대부분 기관투자자를 위한 사모형 펀드들. 이 시장도 KTB자산운용이 급속히 침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