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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매경] 세계는 지금 세금전쟁

국내는 감세논쟁 한창이지만 세계는 재정적자에 증세 움직임
유럽ㆍ美 등 경기하강 신호에 내년 선거 많아 증세도 쉽지않아
부자증세·환경세 신설… 머리 쥐어짜지만 효과`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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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를 살았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1619~1683)가 했던 고민은 3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태양왕 루이 14세 당시 프랑스 재정총감이던 콜베르는 수출과 제조업에 기반한 중상주의 정책으로 도산 상태였던 프랑스 경제를 회생시킨 인물이다. 그런 그도 루이 14세의 방만한 재정 지출로 고민하다 "조세 기술(art of taxation)이란 거위 털을 뽑는 기술과 같다"는 명언을 남겼다. 시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거위가 꽥꽥거리지 않게 하면서 많은 털을 뽑는 것만큼 복잡미묘하다는 얘기다.세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원한 숙제다. 전성기 로마제국 세금은 단순 명료했다. 로마 황제들이 세제를 경제가 아닌 정치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훗날 동로마제국이 과도한 세금 때문에 멸망한 것은 역사적 아니러니지만. 지금도 유럽에 가면 벽에 가짜 창문을 그린 옛 건물과 마주친다. 프랑스는 14세기 초 필립 4세가, 영국은 17세기 말 윌리엄 3세가 '창문세'를 만들어 창문 개수에 세금을 매겼다. 그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건물주들은 분루를 삼키며 창문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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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이른바 '부자감세'를 놓고 논쟁 중이지만 선진국들도 요즘 세금 문제로 시끄럽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은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럽은 물론 미국까지 재정감축이 지상과제로 떠오르면서 결국 세수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꽤나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최근엔 워런 버핏이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래퍼곡선'으로 유명한 아서 패러 박사가 버핏을 위선자로 몰아붙였다. 프랑스에선 화장품회사 로레알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 등이 특별기부세를 신설해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게 해 달라고 자청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구멍 난 항아리' 같은 국가 재정을 증세로 막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내 세금은 올리지 마라"는 게 인간 속성 아닌가. 게다가 내년에 주요 국가들은 정권 교체기를 맞는다.

◆ 감세경쟁으로 시작된 21세기

21세기 벽두만 해도 감세는 글로벌 트렌드였다.

서서히 성장동력을 잃어가던 선진국들은 세금을 낮춰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감세정책 매력에 이끌렸다. 각국은 앞다퉈 법인세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국을 떠나는 기업을 붙잡고, 다국적기업(MNCs)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30.2%에서 2011년 현재 23.6%로 크게 낮아졌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더 내는 부자들이 국적까지 바꿔가며 절세에 나서자 소득세도 낮췄다. OECD 평균 소득세율(최고세율 기준)은 2000년 40.2%에서 10년 만에 35.5%로 줄었다.

이처럼 직접세는 낮추는 게 트렌드였지만 간접세는 소폭 올랐다. OECD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같은 기간 17.8%에서 18.4%로 조금 올랐다.

감세 트렌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도 유효했다. 영국이 2008년 30%이던 법인세율을 28%로 낮췄고, 독일(국세 기준)은 같은 해 25%에서 15%로 무려 10%포인트를 줄여줬다. 재정 상태가 안 좋다는 이탈리아 역시 33%에서 27.5%로 깎았다. 아시아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물론 중국도 2008년 법인세율을 33%에서 25%로 내렸다.

◆ 주춤하는 감세 트렌드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경기 부양과 재정건전화라는 두 가지 상충된 정책목표가 등장하면서 각국 정부의 선택이 엇갈리기 시작한 것.

이른바 '적자 감세'가 옳은 선택이냐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법인세를 22%까지 내렸다가 스톱했고,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 인하도 2012년으로 미뤘다.

작년 말 유럽연합(EU) 27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평균 79.6%로 4년간 무려 20.8%포인트나 증가했다. EU 이사회는 재정적자가 GDP 대비 3%를 넘어선 9개 나라에 적자 감축을 명령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각국 재정 상태에 따라 상이한 정책 권고를 내놨다.

6% 이상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나라들에는 증세를 권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도 부가가치세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IMF 판단이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부가가치세 증세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우리나라도 박정희 정권 말기 부가가치세를 인상했다가 1978년 제1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공화당 참패를 가져왔다. 세금이 유신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촉진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틈새 전략'을 모색 중이다. 마치 17세기 '창문세' 같은 신종 세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은 고소득층 세제혜택을 종료하고 금융회사에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물어 징벌적 과세에 나섰다. 영국은 부가가치세율을 17.5%에서 20%로 올리는 한편 환경세 등을 올렸다. 독일은 '출발세(departure tax)'를 비행기 승객에게 부과해 1억유로 규모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독일은 또 파생상품 거래세를 신설해 연간 2억유로를 걷고 담뱃세도 올리기로 했다. 프랑스는 특수관계법인 간에 지식재산권을 주고받을 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대체로 유럽 국가들은 조세 저항이 작은 부가가치세를 조금씩 높이는 분위기지만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에 직면한 나라들은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등 '부자 증세'에 나섰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헝가리 등은 일제히 은행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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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은 정치다 흥미로운 점은 내년에 주요 국가들이 정권 교체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그렇다.

당연히 세금 문제가 대통령 선거에서도 핵심 화두로 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경제보다는 정치가 대선 결과를 좌우했던 우리나라도 최근 포퓰리즘 논쟁에 이어 세금 논쟁이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여정부 실세였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우리나라에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40%를 넘는다. 권위주의 시절 중산층과 서민에게 되도록 세금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던 일종의 조세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세를 하려면)중간계층을 건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어느 정당, 어떤 정치지도자가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감세보다 증세를 말하기가 더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41%, 사업소득자 중 3분의 1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농민도 마찬가지다.

소득세 납부자 중 14~18%인 상위 소득자가 소득세 90% 이상을 부담한다. 선진국 면세자 비율은 20~25%에 그친다.

이런 상황인데 정치인들은 최상위 구간에 대한 소득세 감세 철회에만 집착한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 내년 선거에서 복지 확대를 위한 진짜 증세를 말할 용기가 있을까.

[신헌철 기자 / 일러스트 = 유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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