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나만의 AI 비서 마이에이전트 마이에이전트

아픔 참고 살던 왕국의 후예들, 한국의술 세심함에 희망 찾다

순천향의료원·매경 캄보디아서 무료 진료
인공수정체 가져와13명 시력 되찾아줘
3일동안 총 3224명축제분위기 속 진료
◆ 메디컬 원아시아 ⑤ ◆

사진설명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에서 남쪽으로 50㎞ 떨어진 캄퐁스페우 도립병원(Kampong Speu Referral Hospital). 순천향 중앙의료원 의료봉사팀은 프놈펜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30분가량 좁은 도로를 달려 도착했다. 순천향 중앙의료원은 매일경제신문과 함께 '메디컬 원아시아(Medical One Asia : Korea, Bridging the Medical Divide in Asia)' 일환으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이곳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이 기간에 도립병원은 운동회가 열리는 날처럼 축제 분위기였다. 병원 입구에는 캄보디아 국기와 태극기가 내걸렸고, 병동 4곳에 마련된 진료실마다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100~200명씩 길게 늘어섰다. 한낮에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무덥지만 환자들은 혹시나 순번을 뺏길까봐 의료봉사팀이 나눠준 빵과 물을 마시며 자리를 지켰다.

그래도 이들 표정은 밝았다. 국민 대다수가 하루 50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생활비로 근근이 살아야 하는 캄보디아 시골 주민들에게 무료진료는 '축복'이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병원에 한번 가면 진료비가 5~6달러에 달해 상당수 주민들은 질환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고 고통을 참으며 살아간다. 의사, 교사 등 중산층 월급여가 50달러라는 점에 비춰보면 서민층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캄퐁스페우 도립병원에서 청소하며 한 달 급여로 15달러를 받는 차이치랍 씨(30ㆍ여)는 막내 딸 포옹섬낭(2)이 아파도 병원 진료는 꿈도 꾸지 못했다. 캄퐁스페우에서 7㎞쯤 떨어진 외딴 시골마을에 집이 있지만 남편과 병원 청소를 하며 병원 구석진 곳에서 세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잔다. 월급을 합쳐봐야 30달러에 불과한 차이치랍 씨 가족에게 한국 의료진은 희망이었다.

막내딸은 앉기 힘들 정도로 엉덩이에 커다란 혹(낭종)이 있었다. 차이치랍 씨는 손짓 발짓을 해가며 한국 의료진에게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의료진은 김용배 성형외과 교수와 신응진 외과 교수 집도로 혹을 제거해 줬다. 차이치랍 씨는 "열심히 일해서 포옹섬낭을 한국 의사들처럼 훌륭한 의사로 키우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사으유은 씨(59ㆍ여)는 백내장 수술을 받아 '광명(光明)'을 되찾았다. 그는 양쪽 눈이 침침해지고 물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백내장이 심해져 실명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한쪽 눈만 백내장 수술을 하려고 해도 최소 100~150달러가 들어 수술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는 온영훈 안과 교수와 순천향 부천병원에서 1년간 연수했던 속첸다 안과전문의 집도로 무료 수술을 받았다.

자녀를 다섯 명이나 둔 몸비닛 씨(41ㆍ여)는 눈알 흰자위 살이 자라서 검은 동공을 가리는 익상편(군날개) 수술을 통해 시야를 회복했다.

캄보디아는 40ㆍ50대만 되면 백내장과 익상편을 앓는 사람이 많다. 순천향의료원은 인공수정체 13개를 가져와 현지인 13명 시력을 되찾아줬다. 온영훈 교수는 "백내장으로 양쪽 시력을 잃은 사람에게 한쪽 눈만 수술을 해줘도 앞을 볼 수 있다"며 "이들이 시력을 되찾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캄퐁스페우에서 10㎞쯤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짓는 폭사우 씨(50)는 탈장으로 고환이 풍선처럼 커져 팔자걸음을 걸어야 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소장이 고환 부위로 흘러내리면서 고환이 직경 15㎝ 이상 혹으로 자라 걷기 힘들었다. 병원을 처음 찾았다는 그는 겁에 질려 수술을 꺼렸다. 하지만 의료진에게서 친절한 설명을 듣고 난 뒤 수술대에 올랐다. 신응진 교수 집도로 3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그는 균형 잡힌 고환을 가진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

순천향 의료진은 사흘 동안 총 3224명을 진료했고 전신마취 9명, 국소마취 45명 등 54명에게 수술을 해줬다. 이번 의료봉사에는 교수 14명, 전공의 3명을 비롯해 간호사 5명(팀장 박수정), 약사 2명(팀장 김현순) 등 33명이 참가했다. 또 부천 처음교회봉사단과 캄보디아 현지 교민들은 많은 환자들이 질서 있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의료팀이 개설한 진료과목은 신경외과(신원한ㆍ김범태 교수), 내과(장안수ㆍ하태훈 교수), 외과(신응진 교수), 성형외과(김용배 교수), 흉부외과(허균 교수), 안과(온영훈 교수), 이비인후과(이승원 교수), 소아청소년과(이종현 교수), 산부인과(남계현 교수), 마취통증의학과(한승엽 교수), 치과(이기철 교수), 가정의학과(유병옥 교수) 등 12개로 중형급 병원 규모였다. 하지만 의료 수준은 캄보디아 최고 병원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술은 성형외과, 외과, 안과, 이비인후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올해로 캄보디아 의료봉사 10년째를 맞은 순천향 중앙의료원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2만3300여 명을 진료했고 509명에게 수술을 해줬다. 또 심장질환을 가진 어린이 27명을 국내로 초청해 수술을 해줬다.

■ '메디컬 원아시아'란

매일경제신문이 주요 대학병원들과 진행 중인 메디컬 원아시아는 '아시아 의료격차 해소'를 모토로 의료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아시아인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는 프로젝트다.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성형외과 의사로 구성된 인도차이나클럽)를 시작으로 4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한림대의료원), 6월 우즈베키스탄(인하대의료원), 7월 몽골(연세대의료원)에서 환자 2800여 명을 진료했다.

[캄퐁스페우(캄보디아) =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Shorts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