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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과서 안전교육 36쪽서 8쪽으로 줄었다

지면 A4
안전·준법마인드 갖출때…사고대응력 떨어질 우려
교사 13%만 "안전교육시간 지켜" 그마저 TV로 때워
입시 쫓기는 中高 교사 절반이 안전 매뉴얼도 몰라
◆ 대한민국을 개조하라 ③ / 유명무실 안전수업 ◆

29일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실린 안전교육 관련 내용을 한 학생이 읽고 있다. 국정교과서 개정과 함께 안전ㆍ준법 관련 내용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충우 기자]
29일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실린 안전교육 관련 내용을 한 학생이 읽고 있다. 국정교과서 개정과 함께 안전ㆍ준법 관련 내용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충우 기자]
국내 유명 사립대가 개설한 경영대학원(MBA)에 다니는 미국인 믹 잭슨 씨(26)는 최근 학교 측에 "만일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디로 피신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가 '이상한 학생'으로 낙인찍혔다. 그는 "미국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건물 비상구 등 탈출 루트를 파악하는 게 기본이라고 배웠다"며 "처음 접한 건물이고 안내판도 없어 물었더니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뒤늦게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비상구와 비상계단, 대피소 등을 공지했다. 이러한 안전교육 부실과 안전 마인드 부재는 결국 세월호 대참사로 이어졌다. 지난 16일 진도 해역에서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23건의 신고전화가 모두 119로 몰렸다. 해양경찰청이 7년 전 도입해 최근 5년간 43억원을 투입한 해양위급전화 122는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교육당국의 형식적 매뉴얼과 시스템→교사 교육 체계 부실→초등교육과정에서 안전교육 부재'가 반복되면서 국가 안전교육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안전ㆍ준법 마인드 뼈대를 갖춰야 할 초년기에 제대로 배운 게 없으니 성인이 돼도 사고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영재 한국방재안전학회장(동국대 경영정보학 교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위급 상황 때 어디에 전화를 걸어야 하는지,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알려줘야지 어른이 되면 늦는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하지만 안전ㆍ준법 교육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ㆍ중ㆍ고교 교육과정에서 점차 '구조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매일경제신문 기획취재팀이 초등교육과정 중 초등학교 1~2학년 국정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2012년 바른생활 교과서에서 36쪽에 달하던 안전ㆍ준법 관련 내용이 올해 배포된 교과서에선 8쪽으로 대폭 축소됐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새로 배포된 1~2학년 국정교과서는 기존의 바른생활, 슬기로운생활, 즐거운생활 등 3개 교과를 하나로 통합해 '우리나라' '이웃' 등 16개 책자로 세분화됐고 분량도 늘었지만 이러한 기초 안전교육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기존 바른생활에선 '차례를 지켜요' '지키면 안전해요' '함께 지켜요' 등 3개 목차로 나눠 학교ㆍ공공장소 규칙과 안전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는 학교와 그 주변 안전 여부만 간략하게 적혀 있다. 이는 사계절에 외부에서 할 만한 놀이에 대한 기술이 대폭 늘었기 때문인데 안전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 방법 등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준법ㆍ안전 등 개념이 주요 교과 항목마다 포함돼 있어 이를 별도로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교과서 외에 안전교육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다.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치원ㆍ초ㆍ중ㆍ고교에서는 재난 대비 교육 6시간을 포함해 실종ㆍ유괴 예방, 교통안전 등 안전교육을 연간 44시간 이상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와 안전행정부 등이 지난해 10~11월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교사 2만1540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안전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초등학교 교사 12.9%만 의무시간을 지키고 있다고 답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교실에서 TV로 자료를 시청(81.9%)한 것으로 대체됐다.

교사가 안전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태부족이다. 기획취재팀이 확보한 교육부 주관 '초등학교 1급 정교사 자격연수 교육과정 현황'(2012년 기준)에 따르면 전체 과정 181시간 중 학교 안전교육과 안전사고 예방교육 시간은 단 2시간에 불과했다. 이 연수는 2급 정교사가 1급이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대학 입시라는 명제 앞에서 중ㆍ고등학교 안전교육은 더욱 위축된다. 지난 17~18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고교 교사 68명 중 절반이 입시 지도 때문에 교육부나 교육청 단위의 안전 매뉴얼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A고교의 한 교사는 "안전교육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학 입시에 직결되는 주요 과목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으로 학부모들이 먼저 반대해 엄두를 못 낸다"고 털어놨다.

강선보 고려대 교육대학원장은 "교과과정에 안전 내용이 부족하다"며 "봄방학을 앞둔 시기에 동영상 등을 활용한 재난 대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황인혁 차장 / 신현규 기자 / 이재철 기자 / 문일호 기자 / 최승진 기자 / 전범주 기자 / 김태준 기자 / 도쿄 = 임상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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