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득 불평등 해법놓고 大家들의 미묘한 시각차
이날 뉴욕시립대에서는 소득 불평등 대가들이 모여 미국 세습 자본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학교(PSE) 교수, 스티븐 듀로프 위스콘신대 교수가 그들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난해 '불평등의 대가'를 펴내 양극화 해소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 석학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불평등을 연구하기 위해 프린스턴대를 떠나 뉴욕시립대로 자리를 옮길 정도로 소득 양극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피케티 교수는 바로 이런 세습 자본주의와 소득 양극화 논쟁에 다시 불씨를 지핀 주인공이다. 피케티 교수는 최근 저서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21st Century)'을 통해 자본이익률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며 소득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심해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또 이로 인해 사회적 불만이 커지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적 가치마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케티 교수는 토론회에서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적 행동과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저성장 국가에서 부와 소득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오늘날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과거에 축적해온 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전 세계에서 소득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세계를 소득 양극화 늪으로 몰아넣고 있는 주된 요인은 일해서 돈을 벌어들이는 속도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피케티 교수 논리는 역사에 근거한다. 그는 토론회에서 "'21세기 자본'은 소득과 부에 대한 역사적 진화를 다룬 책"이라며 "책을 쓴 주된 목적은 지난 15년간 축적해둔 역사적 데이터를 한데 모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우리는 일반적으로 현대 사회를 능력주의 사회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사회로 급변하고 있다. 상속된 지위와 노력으로 얻는 지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피케티 교수 의견에 동의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피케티 교수가 지적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불평등이 단지 경제력의 결과가 아닌 정치와 정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세금 정책"이라며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다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소득 양극화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는 있지만 교육제도 개선 등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어 언제까지고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루그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세습 자본주의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몰랐다"며 피케티 교수의 분석을 극찬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양극화 현상은 통계를 보면 뚜렷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릭 센토럼 전 미국 상원의원을 예로 들며 "그는 미국에는 계층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계층 갈등이나 소득 양극화에 대해 어떻게 논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어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부의 집중은 권력의 집중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부를 지켜주는 제도가 만들어진다. 미국은 이미 소득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이고, 현재 정책이 유지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듀로프 교수는 "피케티 교수가 제시한 세습 자본주의에 대한 이론은 매우 참신하고, 그가 제시한 데이터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피케티 교수 덕분에 불평등과 윤리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듀로프 교수는 "다만 기업 최고경영자(CEO) 임금이 그들 능력과는 무관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며 "노동과 자본이익률에 대한 분석에는 논란을 부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 펀드매니저인 대니얼 슈크먼이 쓴 월스트리트저널(WSJ) 서평에선 '21세기 자본'을 경제학적 분석이 아닌 괴상한 이데올로기적 장광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안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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