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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대형화 못하면 공멸


기업들 너도나도 증권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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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 신규 진입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증권업과 관련이 없는 제조ㆍ유통업체가 증권업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대기업들이 재력만 믿고 과잉ㆍ출혈 경쟁에 나서면 증권업계 전체를 부실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사장은 "그동안 은행 계열 증권사들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증권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한정된 증권시장에 무분별하게 뛰어들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증권사 전체가 부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증권사 간 인수ㆍ합병(M&A)

을 통해 해외 대형 투자은행(IB)과 경쟁할 만한 대형 증권사 출현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손바뀜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난립하는 모습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올해는 증권사 간 치열한 영업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 성장이 지속되겠지만 단기적으로 신규 설립 증권사들이 진입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보익 한누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금력이 풍부한 산업자본, 복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그룹 등은 최저 수준 수수료를 받더라도 고객 확보에 우선적으로 치중할 것"이라며 "미국 일본 등에서 나타난 '제로(0) 수수료' 전략이 한국에서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지난 1998년 증권업 구조 개편을 단행한 일본의 경우 위탁매매수수료가 99년 0.3%대 중반에서 2000년에는 0.1%대로 뚝 떨어진 사례도 있다.

거센 인력 쟁탈전도 예상된다.

신규 설립 증권사들은 대부분 종합증권사거나 IB 혹은 자산관리 전문 등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고급 금융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영업점을 중심으로 한 위탁매매에만 의존해온 한국 증권산업은 그동안 전문인력을 제대로 키워오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금융업계 인력 중 3년 이상 장기 근무한 인력 비율은 20.4%에 불과했다. 전문 분야에 필요한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은 고작 1.3%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품개발, 운용, 자산관리, 리스크관리 등 증권업은 전 분야에 걸쳐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증권사만 증가할 경우 자칫 한국 증권산업 전체 경쟁력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증권업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증권업이 '돈'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연금시장 확대, 펀드(간접투자) 활성화 등은 증권업의 중장기 투자 매력을 높여 증권업 진출 욕구를 북돋우고 있다. 여ㆍ수신 중심 은행들은 지난해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곤혹을 치렀고 성장 한계를 느낀 제조업체들은 증권업 진출을 새로운 도약 기회로 여기고 있다.

최종원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자통법은 한마디로 금융상품 범위를 무한정 늘린 것으로, 아이디어만 좋으면 누구나 히트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면서 "지금은 증권사를 운영해 돈을 버는 데 제약이 많지만 자통법이 시행되면 돈을 벌 기회가 훨씬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새로운 환경으로 기존 중소형 증권사들은 '몸집 불리기'나 '매각' 기로에 서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26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최근 1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한화증권은 올해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고, 동부증권이 지난해 20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올해 다시 자기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덩치 키우기라는 해석이다.

반면 장기적으로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한 해가 어느 해보다 M&A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구철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수요자(증권사 인수 희망기업)와 공급자(매각 기업)의 욕구가 합치될 가능성이 높아 중소형 증권사의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M&A 대상 증권사로는 교보증권과 한양증권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박기효 기자 / 임상균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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