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어 롯데·두산 등 가세…공급과잉 우려도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거대 금융그룹과 제조 유통 등 대기업까지 속속 증권업에 진출하고 있다. 그동안 라이선스로 진입장벽을 쌓고 안주했던 증권업계는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증권업계에는 이미 '증권업 대전(大戰)'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은행 현대차그룹 솔로몬저축은행이 기존 증권사를 인수하며 증권업 진출을 확정지었다. 신규 설립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뿐만 아니라 제조업 유통업 등 금융업과 무관한 업종에서도 증권업 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 신설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 등 10여 곳에 달한다"며 "2월 말까지 증권사 신규 설립 신청을 받아 자본금 등 자격심사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IBK투자증권과 손복조 전 대우증권 사장이 이끄는 토러스가 이미 금감원에 증권사 설립인가를 신청했다. KTB네트워크와 LIG손해보험은 증권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으며 SC제일은행 롯데그룹 두산 아주그룹 등도 증권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 신규 설립 기업은 이달 말이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자통법에 따라 올 8월부터 금융투자회사로 재인가를 받으려면 신규 증권업 추진 기업들은 이달 말까지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증권업 진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한마디로 '돈'이 된다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은 제조업보다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며 "자통법이 시행되면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급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증권업에 신규 진출하면 증권산업 급성장과 함께 경쟁 격화로 투자자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증권사가 생기면서 증권업 내 인수ㆍ합병(M&A)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부작용을 염려하는 시각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이뤄진 M&A는 자통법 취지인 증권사 대형화와는 거리가 멀다. 증권사 간 인수ㆍ합병으로 외국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는 출현하지 않고 고만고만한 증권사 '주인'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신규 증권사가 대거 진입하면서 과잉ㆍ출혈경쟁도 염려된다. 90년대 후반 증권산업 구조개편을 시도한 일본이 경험했듯이 고객 확보를 위한 수수료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기효 기자 / 임상균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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