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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상장사, 중국發 계약해지 주의보

지면 A23
키위미디어그룹·덱스터 등
중국기업과 공급계약 해지
실적 떨어지고 주가도 급락

투자자들 피해도 우려돼
공시 등 꼼꼼히 살펴야
사진설명
중국발 이슈에 투자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중국 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한 국내 상장사의 공급계약 해지 공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은 계약 한 건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계약 해지로 인한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중국 계약 해지가 기업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이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이 먼저 공시의 현실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큰 계약은 실제로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2일 키위미디어그룹은 중국 화련신광브랜드운영관리 유한공사에 화장품과 콘텐츠 등을 납품하기로 한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2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계약이었다. 주식시장 마감 전 나온 악재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키위미디어그룹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68% 하락한 17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더 이상 계약이 이행되기 힘든 환경에 이르자 결국 해지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키위미디어그룹은 계약 상대방인 화련신광브랜드운영관리 유한공사가 계약 이행이 어렵다고 밝혀 공급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상대방은 한중 양국 정치 문제로 중국 시장이 변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중국 이슈에 따라 계약이 해지된 사례는 드물지 않다. 지난 5월 31일에는 코스닥 상장사 베셀이 중국 기업과 맺은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약 39억원으로, 베셀 매출 대비 약 4.92% 수준이다. 베셀은 계약 상대방이 제품 검수와 출하, 대금지급 절차 등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해지 사유로 밝혔다. 베셀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공시가 발표된 뒤 이틀간 베셀 주가는 각각 3.83%, 4.42% 하락하며 4년여 만에 신저가를 기록했다.

시각특수효과(VFX) 분야에서 입지를 인정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덱스터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27일 덱스터는 중국 기업 신강원동력오악유한책임공사와 체결한 영화 '스틸타운'의 VFX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해지 규모는 약 38억원으로, 최근 매출액의 12%에 달하는 수준이다.

덱스터는 수주한 프로젝트가 표류하며 계약 해지에 이르렀다고 해지 사유를 밝혔다. 덱스터가 스틸타운 프로젝트 VFX를 수주한 것은 2017년 12월이다. 그러나 수주 이후 감독과 VFX 관리자 등 핵심 인력에 변동이 생겼다. 2018년 1월부터는 프로젝트 진행을 멈추고 제작사와 일정 논의에 들어갔으나 결국 현지에서도 영화 제작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계약이 종료됐다. 계약 해지가 공시된 날 덱스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 하락하며 마감했다.

덱스터는 지난 3월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3월 29일 덱스터는 상해바오쟈나문화전매유한공사와 체결한 영화 '몬스터숍' VFX 수주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해지 규모는 69억원에 달했다. 덱스터가 밝힌 계약 해지 사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몬스터숍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되는 이슈가 발생하며 덱스터는 인력 투입을 제한하고 구체적인 작업 일정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제작사와 연락이 두절됐다. 덱스터는 제작사가 몬스터숍 프로젝트를 포기했다고 판단하며 계약을 해지했다.

코스닥 상장사 캔서롭은 중국 당국 규제 강화로 기존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달 27일 캔서롭은 대만 헬스케어그룹 '포시미'에 유전자 검사 관련 장비와 기술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포시미는 유전자 분석 실험실 설립을 통해 중국 전역에 관련 클리닉을 추진하고 유전자분석센터를 확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인간 유전자 거래를 금지하는 유전자 관리 조례가 강화됐고, 계약 상대방인 샤먼포시미 국제의료유한공사가 계약 조항 불이행에 따른 해지를 통보했다.

캔서롭은 회계법인에서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직접적으로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겪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발 리스크로 인해 기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시의 현실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이번 키위미디어그룹의 2000억원 규모 계약 해지의 경우 키위미디어그룹이 지난해 기록한 총매출액이 181억원에 불과한 데 비해 계약 규모가 터무니없이 크다는 것이다. 2017년 계약 당시에는 전체 계약금액이 3000억원에 달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전체 매출을 훌쩍 뛰어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가 나온다면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투자에 앞서 꼼꼼히 따져봐야 예상치 못한 상황이 왔을 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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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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