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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멋대로 정한 `블랙리스트`

지면 A1
공기업은 화이트리스트…고배당 대기업은 블랙리스트 지정
주총 앞두고 보유목적 허겁지겁 공시…증권가 "원칙이 뭐냐"
◆ 원칙 없는 국민연금 ◆

사진설명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불명확한 블랙·화이트리스트 분류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작년에 배당이 적다고 요주의 기업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린 회사를 이후 별다른 개선 조치가 없었는데도 올해 제외하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배당을 많이 하는 상장사는 새롭게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는 등 불분명한 원칙 탓에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56개 종목에 대한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공시했다. 일반투자 목적의 지분 보유자는 해당 기업에 배당·지배구조 개선 등을 적극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투자 목적으로 분류된 기업명단은 블랙리스트로 불린다. 반면 단순투자 기업명단은 '화이트리스트'로 불린다. 단순투자 목적의 지분보유 땐 주총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만 가능하다.

문제는 블랙·화이트리스트 분류 원칙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12일 "지난해 과소 배당이라 지적한 기업들이 개선 여지도 없는데 올해 단순투자로 분류돼 있다. 게다가 최대주주가 정부나 공공기관인 상장사는 대부분 단순투자로 분류돼 있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기준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예컨대 국민연금은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에 대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꿨다.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과 정부(기획재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은 단순투자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배당성향을 보면 우리금융지주는 21.5%로 오히려 주요 금융지주사 중 최저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해 배당성향은 23.38%로 KB금융(24.82%)이나 하나금융지주(25.54%)에 비하면 오히려 낮다. 특히 기업은행은 최근 수익성과 무관한 공적 기능 이행 때문에 같은 계열사인 IBK증권에서도 "실적 개선이 만만치 않은 은행 업황을 감안하면 공적 기능 관련 뉴스에 투자자·주가가 민감해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낼 정도다. 이렇게 최대주주로 인한 주주가치 침해가 큰데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기미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이 화이트리스트라는 것엔 불만이 없다"면서도 "그렇다면 KB·하나금융도 화이트리스트로 분류되는 게 맞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은 지난해 '과소 배당'이라고 지적했던 9개사 중 남양유업을 제외한 8개사를 올해 모두 일반투자 명단에서 뺐다. 8개사 대부분 특별히 배당을 늘리지 않았는데도 블랙리스트에서 빠진 것이다. 이와 함께 블랙리스트가 시총 상위 기업에 집중됐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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