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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고 싶어요" 우한코로나 탓에 中항구서 발묶인 칠레 체리

김인오 기자

`공짜 세계화는 없다` 코로나여파에 中주문 반토막
中수출비중 1/3넘는 칠레의 고민…`韓·日로 배 돌릴까`
브라질 대통령 "바이러스 때문에 수출 3% 악영향"
칠레 체리 농장에서 한 농부가 체리를 수확하고 있다. 칠레 체리 수확시기는 중국 최대명절인 춘제 연휴와 겹쳐 춘제가 칠레 입장에서는 체리 수출 성수기로 통한다./사진 출처=칠레 농산물 수출업체 그레이스푸르트
칠레 체리 농장에서 한 농부가 체리를 수확하고 있다. 칠레 체리 수확시기는 중국 최대명절인 춘제 연휴와 겹쳐 춘제가 칠레 입장에서는 체리 수출 성수기로 통한다./사진 출처=칠레 농산물 수출업체 그레이스푸르트
[달콤살벌 라틴아메리카-6] "우한폐렴 때문에 체리랑 랍스터 가격 싸진대." "지금 칠레 체리가 1㎏에 2만원 넘는데 그 말 진짜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우한코로나·우한폐렴)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런저런 추측이 떠돌고 있다. 중국 현지 '은폐 의혹'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칠레산 체리나 캐나다산 랍스터같이 맛있고 비싼 식품 가격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전보다 싸게 팔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한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이 폐렴 탓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태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까운 나라인 한국이나 일본으로 물량이 몰리고, 그 결과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정말 맞는 말일까?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별로 체감되진 않는다. 다만 아주 틀린 계산은 아니다. 머나먼 지구 반대편에서는 중국으로 체리와 와인, 해산물을 내다파는 칠레 수출업계가 우한코로나 탓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칠레산 체리 /사진=칠레 농산물 수출업체 그레이스프루트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칠레산 체리 /사진=칠레 농산물 수출업체 그레이스프루트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2020 과일박람회(FRUIT LOGISTICA 2020·현지시간 2월 5~7일)에서는 행사에 참석한 호르헤 오브라이언 칠레 수출진흥청(ProChile) 청장이 독일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요즘 우리는 중국으로 보내고 있는 과일을 아시아 다른 국가로 다시 선적하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고 미국 블룸버그와 중국 차이신이 6일 전했다. 칠레 체리 수확 시기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와 겹치기 때문에 칠레 입장에서는 1~2월이 체리 수출 성수기다. 오브라이언 청장은 이날 통화에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앞으로 2~3주는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면서 우한코로나 탓에 칠레 농산물 수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칠레체리댄스'를 추는 중국인들. 올해는 우한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국 항구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자 칠레 수출업계는 중국에 발묶인 체리 등 신선 식품을 한국 등 가까운 나라로 내다파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영상, 사진 출처=칠레 수출진흥청(ProChile)
지난해 1월 '칠레체리댄스'를 추는 중국인들. 올해는 우한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국 항구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자 칠레 수출업계는 중국에 발묶인 체리 등 신선 식품을 한국 등 가까운 나라로 내다파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영상, 사진 출처=칠레 수출진흥청(ProChile)
우한코로나 사태로 칠레 와인과 체리, 해산물이 집중 타격을 받고 있다. 칠레 수출진흥청에 따르면 우한코로나 여파가 불거지면서 칠레산 식품에 대한 중국 측 주문이 50~60% 급감했다. 주문이 한 달여 만에 반 토막 난 셈이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한코로나가 처음 공식 보고된 때는 지난해 12월 31일이다).

주문이 팍 줄어든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중국으로 떠나보낸 식품을 처리하는 문제다. 오브라이언 청장에 따르면 지난 6일을 즈음해 중국 항구에는 칠레산 식품이 가득 든 컨테이너 1400개가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 평소에는 하루에 식품 컨테이너가 200~350개씩 통관을 끝냈는데, 우한코로나 사태로 최근에는 40~50개 정도만 겨우 통관을 받은 결과다.

구리 같은 금속이나 와인이라면 몰라도 체리나 블루베리, 해산물은 상하기 쉬워서 항구 대기 시간이 쌓일수록 손실비용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나마 손해를 줄이려면 중국과 가까운 나라로 목적지를 바꾸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 칠레 수출진흥청의 생각이다. 칠레 체리가 가까운 한국으로 들어온다면, 예전보다 공급이 늘어나는 셈이라서 단기적으로는 한국에서 수입 체리 값이 싸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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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칠레는 울며 겨자 먹기가 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답답한 상황은 칠레 옆 나라이자 '남미 경제 규모 1위'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현지 언론 글로브에 따르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1월 31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중국 수출이 힘들어졌다"면서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3% 정도 안 좋은 영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칠레와 브라질은 같은 아메리카대륙에 있는 미국보다는 바다 건너 중국과 더 경제교류가 많다. 둘 다 수출입 1위 상대 국가가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두 나라에선 9일 기준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경제가 바이러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로벌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가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출 측면에서 본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발 위험노출도(익스포저·Exposure) 1위는 칠레(8.5%)다. 그다음은 페루(6%)·베네수엘라(5.2%)·브라질(3.4%)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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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는 남미 '수출 강소국'이다 보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도 남미에서 가장 높다. 나라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중국에 의지한다.

9일 세계은행 무역통합데이터(WITS)를 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칠레 전체 수출액(미국 달러 기준)의 33.5%가 중국 수출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지난해 칠레의 중국 수출액 비중은 상반기(1~2분기)에 이미 전체의 30%를 기록했다.

칠레는 왜 1만2000마일(약 2만㎞)이나 멀리 떨어진 중국과 경제적 거리를 좁히게 됐을까? 글로벌 분업 생산 체제에 따른 비교우위와 산업구조 등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국제사회 관점에서 보면 결정적인 계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한 '라틴아메리카 일대일로'다.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는 2017년 본격화된 중국 주도 경제협력벨트를 말한다. 중국 정부는 바다 건너 아메리카대륙 남미 국가들 중 칠레를 일대일로 우선순위에 놓았고, 2016년 11월 22일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외교'차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국빈 방문했다. 2018년 말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선 처음으로 칠레와 '일대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브라질 등으로 발길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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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입장에서는 2009년부터 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 아랍권을 제치고 제1교역국으로 떠올랐다. 2018년을 기준으로 브라질 전체 수출액(미국 달러 기준)의 26.76%가 중국 수출이다. IMF 자료를 보면 지난해 브라질의 중국 수출액 비중은 상반기(1~2분기)에 전체의 27.6%가 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018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중국은 브라질 것을 사려하는 게 아니라 브라질 자체를 구매하려 든다"면서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을 가까이 하는 외교 노선을 걸으려 하지만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중국 수도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을 만난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사진=러시아 TASS통신·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지난해 11월 중국 수도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을 만난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사진=러시아 TASS통신·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이른바 'G2(주요 2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크다.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가까운 한국이나 먼 남미 나라들이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칠레를 포함한 남미 국가들은 1970년대에 자국 산업 보호·육성을 이유로 국산화를 강조하는 '수입대체전략(Import Substitution Strategy)'을 폈지만 성과가 좋지 않다는 평이 따랐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싶다고 해서 '공장을 중국에 짓지 말고 미국에 지으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식 고립주의를 따라할 수 있을까.

사람이 자유롭게 오가고 경제적 거리가 가까워지는 글로벌 시대는 우리에게 주는 장점이 많다. 다만 우한코로나바이러스 여파를 보면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고 했다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밀턴 프리드먼은 세계화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기반을 쌓은 경제학자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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