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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또 무죄…서로 네탓만

검찰, 악질적 범죄에 왜 이리 관대하나
법원, 부실 수사탓…상법 공부나 해라
"혹시 재판장이 피고인의 얼굴을 보면서 연민에 빠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검찰 관계자)

"주가조작이라는 위법행위를 검찰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입증하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법원 관계자)

검찰이 '재벌 2ㆍ3세'들이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을 정조준하면서 이번 기회에 증권시장에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주가조작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주가조작은 일반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가장 '악질적인' 화이트칼라 범죄이기 때문이다.

주가조작을 단죄해야 하는 검찰과 법원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전문꾼들의 '한탕주의'는 연일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2006년 11월 3일 대검찰청 기자실을 찾은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의 항변은 주가조작 사건을 둘러싼 검찰ㆍ법원 간 이견을 잘 보여준다.

외환은행 매각 관련 허위 감자설 유포(주가조작), 배임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다. 2년7개월 뒤인 이달 24일 서울고등법원이 주가조작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고 '허위' 감자설이 아니라고 판단하자 검찰은 다시 한번 폭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판결문을 검토해 봐야겠지만 법원이 화이트칼라 범죄 엄벌을 강조하면서 유독 주가조작 사범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판단하는 풍토가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비꼬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원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약한 것은 구조적 이유 때문"이라며 "미국은 양형기준법을 토대로 엄격하게 형량을 결정하지만 우리 법원은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연민을 느끼고 아무래도 형을 낮춰주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의사를 의도적으로 흘려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기소된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를 대법원이 지난 5월 무죄로 확정한 것이 전형적인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엄격한 법리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검찰의 부실한 수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

물론 법원도 주가조작 사건 수사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법원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은 금융 당국에서 고발이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미 3~4년 지난 자료들이 증거로 제출된다"며 "여기에 기소된 개별사건에 대해 피고인들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 이의 위법성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검찰이 처음부터 관련 법리를 잘못 적용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거나 재판부 판단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 역시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병훈 부장판사는 대검 중수부가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4차례나 기각하면서 "검찰은 상법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이와 함께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에 주가조작 심리가 활개를 치는 원인으로 '제도적 미비'를 함께 꼽고 있다. 2005년 도입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대표적이다.

한편 재벌 2ㆍ3세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이른바 '재벌 테마주' 중 J사, C사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구본호 씨(구속)를 비롯한 재벌 후손들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구체적인 수사 대상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 이재철 기자 /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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