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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치킨게임 왜 일어나나

어느쪽도 양보하기 힘든 `게임 룰` 탓
양쪽 끝까지 갈때 `승자의 저주` 빠져
사진설명
지난 17일부터 우리 정보통신업계에는 흥미로운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통신업계 양대 공룡인 KT와 SK텔레콤 간 주파수 확보 경쟁이다. 양사는 제4세대 이동통신 주파수대역인 1.8㎓(기가헤르츠)의 20㎒(메가헤르츠)를 놓고 한 치도 양보 없이 싸우고 있다. 26일까지 매번 올라가면서 벌써 82라운드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처음 제시한 4455억원보다 2배 이상 올라 9950억원을 기록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 어디까지 치솟을지 모른다. 경매횟수 제한도 없고, 경매기간 제한도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사가 이 주파수를 놓치면 모두 고사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어느 한쪽이 죽고 다른 쪽이 살아야 끝나는 전형적인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치킨게임은 게임이론의 연장선

= 치킨게임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로 불리는 전통적인 '게임이론'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공범을 저지른 두 범인이 서로 죄를 부인하면 벌을 받지 않는다. 두 범인이 동시에 죄를 털어놓으면 형량이 작아진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인정한 상황에서 다른 한쪽이 부인할 경우 부인한 측의 형량은 커진다. 고스톱에서 독박을 쓰듯 상대방 형량까지 다 얹어서 얻어맞는다는 얘기다.

결국 공범은 상대방의 의중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형벌을 줄일 수 있는 인정카드를 선택하게 된다. 이 카드가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자폐끼가 있는 존 내시 교수가 제시한 균형점(Nash Equilibrium)이다. 내시 교수는 몇 쪽 분량이 안 되지만 이런 상황을 수학적 공식의 게임이론으로 정교하게 제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 승자는 강한 체력과 배짱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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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게임에서 승자는 누가 더 강한 체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기업경쟁에서는 자금력과 두둑한 배짱, 치밀한 전략이 승자를 결정한다. 또 상대방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그 판의 승자가 좌우된다. 2000년 영국과 독일의 제3세대 주파수 경매는 이번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판매와 같은 방식으로 주파수를 팔았다.

영국은 2000년 3월 당시 5개 주파수를 팔 때 동시오름 다중라운드 방식을 선택, 7주간에 걸쳐 150회나 경매절차를 밟았다. 결국 영국 통신사 보다폰은 2.15㎒를 주당 98억유로(10조원)에 사들였다. 이 금액은 보다폰 영국지역 매출(48억유로)의 2배가 넘는다. 다른 4개 주파수 대역까지 포함하면 총 375억유로(39조원)로 영국 GDP의 2.5%에 달했다.

독일 또한 그해 7월 같은 방식으로 3주간, 173회에 걸쳐 6개의 주파수를 508억유로(53조원)에 팔았다. 독일 통신사 만네스만의 경우 자사 매출(98년 46.5억유로)의 2배 가까운 84억유로에 2.10㎒를 낙찰받았다.

이들은 승자가 됐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은 물론 사회에도 큰 부담을 안겨줬다. 이들 통신사의 주가는 급락했고 몇 년을 고전했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작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이들 통신사가 과점적인 시장구조에서 통신료를 올리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영국이나 독일 무선통신요금이 한국이나 미국보다 훨씬 높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높은 주파수 구입비용이 전가됐기 때문이다.

◆ 승자의 저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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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KT와 SK텔레콤 중에서 과연 누가 무릎을 꿇을까. 누가 더 겁 많은 치킨이 될지 아직 판가름하기 어렵다. 양사 모두 1.8㎓ 주파수 대역에 대한 가치를 산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를 결코 노출하지 않는다. 주최 측인 방통위는 이들이 서로 담합하지 못하도록 전화통화나 직접 접촉을 못하게 한다. 휴대폰도 딱 1대만 인증받게 한 후 사용토록 했다.

KT는 이번 주파수 경쟁에서 승리해 기존에 확보한 같은 대역의 20㎒대와 나란히 붙여 사용할 계획이다. 통화량이 많고 데이터 이용량이 집중될 경우 끊기는 단점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현재 확보한 주파수로는 4세대 이동통신에서 500만명밖에 수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2600만명 고객 중 2100만명은 앞으로 4세대를 이용하지 못하든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진화가 안된 3세대 통신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매에서 질 경우 SK텔레콤 미래는 매우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KT나 SK텔레콤 모두 미래를 위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 대해 게임룰을 만든 방통위 관계자들도 놀랐다. 적당히 끝날 줄 알았던 경매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도 우려된다. 이번 경매에서 낙찰받은 통신사의 적자폭이 심할 경우 요금 인상에 나설 수 있다. 방통위는 이를 막을 수 없다. 통신사가 망하면 통신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 경매구조 설계가 잘못?

= 이런 관점에서 이번 다중오름차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매구조의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경매기간을 설정하든지, 회수 제한을 했더라면 과도한 승자의 저주나 소비자에게 높은 통신비 전가라는 상황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또 '유효경쟁' 보장이라는 목표가 있어서였겠지만 LG유플러스에만 2.1㎓의 20㎒ 대역폭을 미리 줌으로써 경쟁상황을 더 치열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방통위가 앞으로 내놓을 주파수 자원들을 공개하고 경매 가능하다는 계획을 제시했다면 이렇게까지 과열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민수 중앙대 교수는 "KT와 SK텔레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1.8㎓ 주파수 대역에 대해 충분한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만큼 경매구조 디자인은 잘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기존 주파수 할당 가격과 비교하고, 새로운 주파수 자원의 존재 및 추가 경매 가능성에 대해 알렸다면 지나친 과열은 잠재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주파수라는 국가자원을 매각할 때 통신산업의 지속발전 가능성과 함께 소비자인 국민 전체의 후생 수준이 올라가도록 경매구조를 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업자들이 치킨게임 같은 외줄타기를 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경매 경쟁시장 구조를 짜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 < 용어설명 > 치킨게임 : 게임이론에서 설명해주는 한 케이스다. 치킨(닭)은 가축 중에서 겁이 많은 편이다. 모이를 주더라도 선뜻 달려들지 않고 서서히 눈치를 본다. 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자동차 충돌게임에서 처음 나온 용어다.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경기에서 먼저 핸들을 꺾은 이가 지는 게임이다. 핸들을 꺾은 이는 비겁한 겁쟁이 치킨이 된다. 두 운전자가 끝까지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비겁하다는 평가는 피한다. 이처럼 치킨게임은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용어가 됐다. 치킨게임 양상은 국제정치, 경제무대에서 자주 목격된다.

1962년 10월 미국의 남부 아래 바다 쿠바해협으로 진입하는 소련의 군함에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핵미사일을 쏘겠다고 경고해 마침내 소련이 기수를 돌린 사건 또한 치킨게임 중 하나다. 치킨은 소련이었다. 이번 글로벌 소버린 쇼크(주요국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경제위기)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막판 벼랑 끝까지 달려가며 대치, 세계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던 사건도 치킨게임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서양원 금융부장
서양원 금융부장
2000년 초 IT 붐 붕괴 이후 반도체 D램 값이 급락하면서 벌어진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 간 생존 게임 또한 치킨게임이다. 제1위 D램 회사인 삼성전자는 불황에서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 2위인 하이닉스반도체와 3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4위 인피니온 엘피다 등 주요 반도체 회사들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D램 값을 계속 내렸다. 결국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이 무릎을 꿇었다. 최근 다시 번진 반도체 D램 가격인하 경쟁 또한 비슷한 치킨게임 구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부 = 서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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