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6명만 증인채택해도 변론 1월 종료 물건너가 박한철 탄핵표결 참여못해
국회, 소추사유 바꿔 `속도`
국회, 소추사유 바꿔 `속도`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재판부는 2월 7일까지 추가로 소환할 증인 6명에 대한 일정 조율을 마쳤다. 변론이 이달 안에 종결되지 않고 다음달로 넘어간다는 얘기다. 25일 열릴 9차 변론이 박 소장 퇴임 전 재판관 9명 전원이 함께하는 마지막 재판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증인 39명을 무더기로 법정에 세워 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헌재는 39명 중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6명만 증인으로 채택하며 대통령 측 '시간 끌기'를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58·14기)은 대통령 측에 "지난번 사실조회를 대거 신청하면서, 이것만 채택하면 (증인신문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며 "지금 사실조회 대답이 오고 있는데 증인 신청을 (다시) 생각해 보라"며 일침을 가했다. 또 대통령 측이 황창규 KT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을 두고는 "황 회장은 본인이 증인으로 나오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것 같다고 했는데, 입증 취지를 생각하면서 하라"고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인까지 부르는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더블루K 전 이사 고영태 씨의 전과를 조회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대통령 측 요청도 기각했다. 강 재판관은 "전과가 있으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피청구인(대통령)께서 그렇게 좋아하는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그렇게 하지 말라는 거 아닙니까"라고 일축했다. 전과를 빌미로 고씨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를 무력화한 것이다.
대통령 측 지연 시도는 국회가 이날 탄핵소추 사유를 헌법 위반 위주로 손질해 제출하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애초 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한 행위 등에 형법상 뇌물죄와 직권남용, 강요죄 등을 적용했다. 그러나 바뀐 소추안은 이 같은 행위를 대통령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법적 근거도 없이 한 '권력적 사실행위'로 규정하고, 그 내용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사적자치에 기반한 시장경제주의 등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가 보류한 증인들 채택 여부는 다음 변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탄핵 심리가 2월 말~3월 초께 결정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헌재는 다음달 1일 모철민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비서관과 김규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유민봉 전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같은 달 7일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불러 신문한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015년 1월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61·구속기소) 딸 정유라 씨(21)를 언급하며 "(그렇게) 끼와 능력, 재능이 있는 선수를 위해 영재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또 "김 전 비서실장이 '대통령께서 체육계에 관심이 많으니 체육계 비리는 (문체부 장관을 거치지 말고) 나한테 직보하라'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도 최씨 추천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고 주장했다.
[안병준 기자 / 김윤진 기자 /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