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생각 없으면 못 풀어, 학원에선 창의력 못 배워"
"학생들 답안지 살펴보니 답변구조에 대한 생각 부족…논리적인 표현하는데 약점"
"학생들 답안지 살펴보니 답변구조에 대한 생각 부족…논리적인 표현하는데 약점"
지난 14일 충남 천안고등학교에서 치러진 IB 모의 테스트가 끝난 이후 학생 약 30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했다. "이런 시험이 금수저, 흙수저와 관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다음은 이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학교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을 잘 유도해 주기만 하면 수저의 영향은 덜 받을 것 같아요."(일반고 출신의 학생 B)
"이런 종류의 시험은 신문이나 뉴스, 책을 많이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보는 게 중요한데 그건 흙수저라고 못 하는 건 아니잖아요."(일반고 출신 학생 C)
"돈을 내고 그런 체험을 해야만 사고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이 없으면 못 쓰는 문제가 나온다면 남의 생각을 커닝할 이유도 없고 심지어 문제가 유출된다고 해도 쓸 수가 없을 것 아니에요."(일반고 출신 학생 E)
학생들이 이런 IB와 같은 창의력 평가가 집안의 재력과 무관하다고 느낀 것은 더 '공정하다'고 느낀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무엇이 더 필요한지, 공정한지 알고 있다는 얘기다. 거기다가 학생들은 특이하게도 이런 IB 유형의 시험을 치르는 게 '재미있었다'고 응답했다. "어려웠다" "힘들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시험이라 어색했다" 등의 반응도 많았지만, 시험을 치르고 나서 "문제가 재미있었느냐"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그렇다'고 응답했다. 일반고 출신 학생 E는 "우리 논술시험은 이미 결론과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을 요구하는 형식인데, 이 시험은 내 생각을 쓰는 것이라 훨씬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주어진 생각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건설해 나가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희망적 증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점을 진행한 경기외고 관계자들은 학생들이 IB 과정에서 요구하는 논리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자연과학 채점을 담당한 관계자는 "자료를 분석하고 패턴을 이해했다 하더라도 답을 적을 때는 논리적인 글로 발전시키지 않고 결과만 짧게 답하는 이들이 다수였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이해한 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들이 부족한 것 같다는 것이다.
아직 학생들의 4차 산업혁명 역량이 부족함에도 이런 시험을 치르는 것이 공정하고 재미있다고 답한 학생들의 반응은 중요했다.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내신성적이 학생들이 갖고 있는 의사나 가능성과는 다르게 주입식 점수 위주의 평가방식에 묶어 놓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기존의 지식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의적으로 생성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인재상"이라며 "공교육 현장도 지식경쟁 중심의 교육을 지양하고 정답이 없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 신현규 차장(팀장) / 원호섭 기자 / 정슬기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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