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法 현안 차기총장에 넘겨
학내 반발 우려해 한발 후퇴
"기존 논의 철회한 건 아냐"
他대학들 "재정압박 큰데…"
고려대 행보에 `눈치보기`
학내 반발 우려해 한발 후퇴
"기존 논의 철회한 건 아냐"
他대학들 "재정압박 큰데…"
고려대 행보에 `눈치보기`
이에 대해 고려대는 "기존 논의를 철회하거나 폐기한 것은 아니다"며 "법 시행이 내년 8월로 늦춰졌고 내년 3월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기로 예정된 만큼 학과별로 의견을 더 수렴하기 위해 관련 위원회를 폐회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를 통해 당장 구조조정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관련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설명이다.
고려대는 임기가 끝나가는 염재호 총장의 후임을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 집행부 대신 차기 집행부가 강사법 대응안을 실행하는 것이 맞는다는 판단에서 구조조정안 논의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려대가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내부적인 진통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고려대는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 '시간강사 채용 극소화'를 목표로 하는 대응 방안이 담긴 서면 의견을 각 학과에 전달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지난달 22일에는 학내 구성원들이 고려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대 측이 마련한 강사법 대응안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총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교무처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구조조정안에 반대 의견을 보이는 학내 구성원들은 학교당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미 철회가 현실화됐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학교당국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2019년 8월 강사법이 시행되기까지 어떠한 편법적 구조조정도 이뤄지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공대위는 학교당국의 결정에 대해 "고려대가 학문과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과 기준을 지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교 본부가 강사법 대응책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면서 내년 3월에 들어서게 될 새 집행부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미 관련 결정이 철회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만약 새 집행부가 기존 강도와 비슷한 수준의 구조조정안을 담은 대책을 다시 꺼내들 경우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고려대 관계자는 "현 집행부가 강사법에 대한 구조조정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스러우니 다음 총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대학들도 아마 고려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강사법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이 이상의 해결책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려대의 이번 결정을 두고 다른 사립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고려대의 이번 결정이 다른 학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사법 도입으로 여러 학교가 재정적 압박을 많이 받아 강사 채용을 줄이려고 할 텐데 고려대가 큰 비판을 받고 관련 결정을 유보한 사례가 타 대학들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들이 강사 수 축소 결정을 쉽게 내리지는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대학별로 시간강사의 정규직 전환 비용은 30억~8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 관계자도 "이 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사립대 중에 계획을 철회한 건 고려대가 처음인 것 같다. 다른 학교들도 동향을 살피면서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가 처우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마련된 강사법은 시간강사와 대학 양측이 모두 반대해 네 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됐다. 지난달 29일 방학 중 임금 지급 내용이 포함된 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간강사들의 처우는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학들은 비용 문제가 심각하다며 호소하고 있다.
[문광민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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