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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교육

"우리애 방과후영어 도대체 언제" 속타는 학부모들

지면 A29
유 부총리, 허용방침 밝혔지만
관련 법안 개정 국회서 공전

"月 수십만원 내고 학원 교육"
사교육 조장 지적 끊이지 않아

정책 지연 비판 목소리 커져
오는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이지선 씨(가명·서울 영등포구)는 최근 발품을 팔아가며 자녀의 영어학원을 알아봤다. 입학 날짜는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이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저렴하고 잘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진 집 근처 어학원은 이미 수강신청이 마감됐다. 이씨는 "유치원에서 방과후 영어 수업을 하는 것처럼 초등학교에 입학해도 아이 영어 공부는 학교가 맡아줄 것이란 생각만 하고 있었다"며 "넋 놓고 있다가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영어학원을 찾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검토 중인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영어학원의 월 수강료는 30만원 선으로, 방과후 수업비의 약 3~4배에 달한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딸을 둔 황주호 씨(가명·서울 양천구) 역시 자녀의 영어 교육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년부터 방과후 영어수업(1~2학년 기준)이 금지된 이후 지난 1년간 딸의 영어 학원비로만 7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여기에 교재비며 파닉스(발음법) 수업 특강비까지 더하면 1000만원은 족히 될 것이란 게 황씨 얘기다. 그는 "학원에서 이것저것 패키지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종용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학부모 입장에선 학교에서 해주지 않는 걸 학원에서 채워야 하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비싼 값을 지불하고 학원에 의지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황씨 자녀가 다니고 있는 어학원은 1년 전보다 원비가 월 10만원씩 더 올랐다.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 재개가 힘들 것이란 전망과 함께 학부모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방과후 영어 수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여전히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명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정상화법의 개정이 최근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설날이 끼어 있는 2월 중으로 임시국회가 다시 열린다 하더라도 관련 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의원들의 관심사가 (선거제 개혁 등) 다른 쪽으로 쏠려 있어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 통과를 기약하긴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선행학습금지법(공교육정상화법)은 2014년 박근혜정부 당시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아 통과됐지만, 여론의 반발로 수년간 유예됐던 법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가 전면 금지된 가운데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은 1년 유예로 허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교육부에선 지난해 10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 역시 방과후 영어 수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국회 법안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이 처리되더라도 당장 3월 신학기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이 재개되긴 힘들다는 점이다. 신학기 수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학부모 수요 조사 및 강사 선발 등 거쳐야 하는 사전 준비 기간만 한 달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은 방과후 수업비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사교육으로 충당해야 할 처지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 학교들은 개정안 통과를 예상하고 지난해 연말 학부모 수요조사까지 마친 상태지만, 3월 수업이 재개되긴 힘들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 교장은 "2019년부터는 다시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학부모들에게도 그렇게 안내를 한 상태"라며 "최근 분위기가 다시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자, 항의를 해오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일선 사립초등학교들은 2019학년도 신입생 입학 설명회에서 방과후 영어 수업 재개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어학 커리큘럼을 제공하겠다고 안내하며 학부모들의 관심을 샀다.

올해 한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가 있는 학부모 최민영 씨(가명·서울 중구)는 "신학기는 다가오고 있는데 개정안 처리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 답답하다"며 "나뿐만 아니라 방과후 일정을 짜지 못해 난감해하는 엄마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방과후 영어 수업이 재개될 경우 사립초등학교와 아닌 학교 간 영어교육 불평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립초등학교들의 영어몰입교육이 부활하게 돼 사립초와 공립초 간 교육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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