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원자금 방출로 엔화강세 완화하는 효과 기대
후진타오 "유럽 위기극복 확신"…지원 언급은 피해
후진타오 "유럽 위기극복 확신"…지원 언급은 피해
지난달 31일 일본 금융당국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대규모로 쏟아붓고 달러화를 사들였다. 지난주부터 본격화한 엔화의 사상 최고치 행진을 꺾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주까지는 구두 개입에만 그쳤지만 이날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개장 초 엔화가 달러당 75.58엔을 기록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본격적인 행동에 옮겼다.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8월 4일 있었던 2차 개입 당시 규모인 4조5000억엔이나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엔고 저지를 위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시장이 납득할 때까지 개입을 지속할 것"이라는 엄포도 놨다.
덕분에 달러당 엔화값은 79엔대로 급락했지만 시장에서는 언제 다시 강세 기조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스즈키 겐고 미즈호증권 FX스트래티지스트는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전면적인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 개입은 역부족"이라며 "주요국이 공동 보조를 취해 주지 않는 한 엔고 강세 기조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야마시타 에쓰코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시장 개입은 일본 정부가 엔화값 75엔 돌파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지가 엔화값 안정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당국은 금융위기에 빠진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채권 매입에 더욱 적극 나서겠다며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일본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EFSF에 '적절한 방법'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유럽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않겠다"고 지난달 28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강조했다.
엔화값 안정을 위해서는 유럽 금융위기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는 인식을 바탕에 둔 조치다.
일본은 EFSF 자금 조달을 위해 EU가 지금까지 발행한 총 130억유로어치 채권 가운데 20%인 26억유로어치를 사들였다. 외환보유액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달 30일 일본을 방문한 클라우스 레글링 EFSF 총재는 나카오 다케히코 재무성 차관과 회담한 후 "일본이 추가로 EFSF 채권을 매입하기로 합의했다"며 일본의 지원 약속을 발표했다.
반면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유럽 지원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후 주석은 지난달 31일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로서 유럽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면서 "세계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와 주요 경제기구들은 성장을 촉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주 EU 정상회의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면밀한 협력을 약속한 것에서 한 단계 후퇴한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중국은 친구인 유럽을 도울 것이지만 유럽은 중국이 재정위기의 구원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주광야오 중국 재무부 부부장은 "중국 정부는 EU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을 EU 측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신은 '중국이 EU 지원의 대가로 무역과 인권 문제 등 반대급부를 최대한 얻으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EU 내에서도 중국에 기대려는 데 대한 불만이 노골화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EU 정상회의 직후 "유로존은 위기 타개를 위해 중국 도움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며 "시장에서 공짜 선물을 얻으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고문인 앙리 귀아이노는 "중국이 유로존을 돕는 대가로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상에 대한 협상의 여지는 없다"며 "만약 중국이 참여한다면 그것은 국제적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펀드에 투자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서울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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