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반대하면 유로존 또 한번 충격
그중에서도 스페인 총선은 위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실시돼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주 스페인 금융시장은 조기 총선을 눈앞에 두고 풍전등화의 위기로 내몰렸다.
국가 신용도를 측정하는 데 바로미터가 되는 스페인 10년물 국채가 연 7.0% 가까운 수익률로 발행된 것.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10년물 국채 금리가 7%를 넘기 시작한 이후 구제금융을 신청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20일 남짓이었다.
일각에서는 유통시장 금리는 여전히 6.5% 밑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을 간과한 판단이다. 지난주 ECB는 전례 없는 강도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ECB가 사흘간 국채 매입에 쏟아 부은 자금은 총 70억유로로 추정된다.
ECB를 제외하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매수 세력이 사실상 자취를 감춘 셈이다.
문제는 스페인 국민이 야당을 선택한 배경이 다소 이중적이라는 사실이다.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희망하는 국민이 오히려 긴축에 반대하는 야당을 지지하고 나선 것. 경제 회복은 원하지만 당장의 고통은 참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20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이 예상대로 야당 측 승리로 끝난다면 시장의 염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회보장비 삭감과 증세 등 지나친 긴축에 반대하는 국민당이 기존 선거공약을 고수한다면 이미 제시된 긴축안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마리아노 라호이 국민당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18일 라디오 연설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스페인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며 "그러자면 의무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출 삭감액을 확대하고 경제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전문가들도 총선 승리 후 그가 새로운 긴축안과 일자리 창출 인센티브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런던 소재 국가전략 컨설팅기관인 스파이로의 니컬러스 스파이로 대표는 "새로운 계획이 결과를 빨리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채권시장 투자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더십 교체가 완료된 PIIGS 국가들이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유럽 위기는 훨씬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부 국가의 디폴트 가능성만 눈여겨보던 투자자들이 점차 유로존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까지 염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분석을 인용해 채권시장에서는 유로존 붕괴 확률을 25%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의 심각성은 유로존 내 AAA 국가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서 잘 드러난다. AAA 국가인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10년물 국채와 독일 국채 간 스프레드는 현재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4개월 전 이탈리아 국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네덜란드와 핀란드 역시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를 제외하면 독일 국채와 스프레드가 최대 수준까지 벌어졌다.
내년 선거를 앞둔 유로존 국가들은 유로존 탈퇴론자들과도 싸워야 한다. 프랑스에선 극우 정당이 일찌감치 유로화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전선(FN) 대선후보인 마린 르펜 대표는 19일(현지시간) 유로화 탈퇴 등을 골자로 한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무엇보다도 프랑스 이익이 우선"이라며 이민 규제와 유로화 탈퇴를 주장했다.
[정혁훈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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