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12명 사망·60여명 부상…갱단, 군중향해 무차별 발포
경찰 현장서 46명 체포…7월까지 사망자만 332명
경찰 현장서 46명 체포…7월까지 사망자만 332명
시카고 남서부 그레셤 지역에서는 토요일 오후 장례식이 끝난 후 마당으로 나온 조문객들을 향해 총알이 날아왔다. 8명이 총에 맞았고 이 중 10대 소녀 4명이 부상했다. 일요일 밤 서부 론데일 지역에서는 주말 무더위에 파티를 즐기던 주민들에게 총격이 가해져 17세 소년이 얼굴에 총알을 맞아 숨졌다.
시카고에서는 주말 내내 반복적으로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등 외신에 따르면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3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자정까지 54시간 동안 총격 사건이 총 33건 일어났다. 현지 언론 시카고트리뷴은 최소 75명이 총에 맞았고 이 중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상자 중 3분의 1은 10대 청소년이었다. 총격이 절정에 이른 5일 자정~6일 오전 3시에는 무고한 시민 30명이 총에 맞았다. 5분마다 1명씩 총격을 당한 셈이다. 시카고트리뷴은 자체 조사를 통해 "20년 만에 최악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주말 내내 병원은 총상 환자로 넘쳐났다. 시내에 위치한 마운트 시나이병원에는 응급실 수용 인원을 초과할 정도로 총상 환자가 밀려들어 더 이상 환자를 받지 못했다. 총에 맞은 사람과 그들을 데려오는 사람을 합해 200여 명이 한꺼번에 병원에 몰려오는 등 혼잡한 상황이 지속되자 경찰은 피해자 직계가족만 병원 내부로 들어갈 수 있도록 통제했다.
경찰은 총격 현장에서 46명을 체포하고 총기류 60여 종을 수거했다. 산발적인 총격은 시카고 내 갱단 거주 지역인 서부·남부 지역 빈민가에서 주로 일어났다는 게 시카고 경찰국의 발표다. 프레드 윌러 시카고 경찰국장은 "갱단원들이 휴가철에 몰린 인파를 방패막이 삼아 총격을 자행하고 있다. 누가 맞든지 상관없다는 식으로 군중을 향해 쏜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피해자 중에는 유독 흑인이 많았다.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파악된 사상자 중 52명이 흑인이었고 히스패닉 11명, 백인은 1명이었다고 밝혔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백인, 흑인, 히스패닉 인구가 모두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흑인 피해가 유독 크다. 하지만 이는 무차별 총격이 일어난 지역이 주로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이며, 특정 인종 등을 겨냥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시카고 내 총기사건 사망자는 연간 700명이 넘는다. 인구가 더 많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총기사건 사망자를 모두 더한 숫자보다도 큰 수치다. 시카고 경찰국은 올해 7월까지 총격 사망자가 332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415명)보다 많이 줄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의 발표가 무색할 정도로 지난 주말 최악의 총기 폭력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총기사건이 발생한 지역 교회 목사인 마이클 플레거 씨는 NYT와 인터뷰하면서 "시카고에서는 총기가 옷장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필수품 중 하나가 됐다"며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자신이 먼저 총격을 당할 위험에 처하느니 (총기 불법 소지로) 감옥에 짧게 다녀오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시카고에서 총기를 신고하지 않고 불법 소지하면 최소 1년형이 선고된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시카고 시내 어느 곳이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런 도시가 돼서는 안 된다"며 "거리에 너무 많은 총기가 있다.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도 너무 많다. 반면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가치가 혼동하고 있다"며 탄식했다.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시카고 현지 방송에 "분별 있는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며 "장례식이 아니라 도시 재건과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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